2026년 6월 25일(현지시간), 애플이 예고 없이 온라인 스토어를 닫고 맥과 아이패드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25% 올렸다.
아이폰, 에어팟, 애플워치는 아직 동결 상태지만 9월 신제품 출시 전 인상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인 이유는 메모리 대란이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다.
M6 맥북 프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M5는 건너뛰고 다음 세대를 노렸는데, 기준점이 될 현행 가격이 60만원 이상 올라버렸다. M6가 나올 때는 또 얼마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애플 가격 인상, 뭐가 얼마나 올랐나

가격이 오른 제품은?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상 대상은 맥과 아이패드 전 라인업, 홈팟, 애플 TV, 비전 프로다.
국내 기준으로 보면 체감되는 인상 폭은 더 크다. 맥북 에어는 179만원에서 219만원으로 40만원 올랐고, 맥북 프로는 269만원에서 329만원으로 60만원 뛰었다. 3월에 99만원짜리 가성비 맥북으로 주목받았던 맥북 네오는 출시 3개월 만에 119만원이 됐다.
아이패드도 예외는 아니다. 기본형 아이패드는 52만9천원에서 74만9천원으로 올랐다. 아이패드 에어는 94만9천원에서 124만9천원, 아이패드 프로는 159만원에서 199만원이 됐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제품은?
아이폰 7종, 애플워치 3종, 에어팟 4종은 이번 조정에서 빠졌다. 액세서리 제품군도 그대로다.
다만 ‘아직은’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애플은 공식 성명에서 “여러 제품의 가격 인상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표현했다. 나인투파이브맥은 이 표현이 추가 인상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애플 가격 인상 날짜는 언제부터였나

예고 없이 가격을 올렸다
애플은 6월 25일(현지시간) 새벽, 온라인 스토어 접속을 일시 차단한 뒤 인상된 가격을 적용했다. 국내 스토어는 지디넷코리아 보도 기준 6월 26일 0시부터 변경됐다.
팀 쿡 CEO가 WSJ 인터뷰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한 건 6월 17일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만에 실제 가격 인상이 단행된 셈이다.
팀 쿡의 표현이 걸린다
팀 쿡은 이 상황을 “100년에 한 번 있을 홍수”에 비유했다. 40년 넘게 업계에 있으면서 처음 보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표현 자체는 이해한다. 메모리 가격이 3개 분기 만에 4배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홍수가 왜 왔는지까지 따져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애플 가격 인상 이유, AI가 D램을 싹쓸이한 구조

HBM이 일반 D램 공급을 잠식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으로 라인을 전환했고, 그 결과 일반 소비자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빠르게 줄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최근 3개 분기 동안 약 4배 상승했다.
애플이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애플은 오랫동안 막대한 구매력으로 메모리를 낮은 가격에 확보해왔다. 그런데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들이 장기 계약과 대규모 선급금으로 물량을 먼저 선점하면서 애플도 후순위로 밀렸다.
상반기에 저가 재고가 소진된 뒤부터는 높은 시장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애플이 피해자가 맞나

애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이크론 CBO 수밋 사다나는 WSJ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마켓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시장 침체기에 일부 고객사가 상황을 이용해 바닥 수준의 가격을 요구했고, 매출이 적자로 돌아가면서 투자를 단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이 발언이 애플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2022년 87억 달러 순이익을 냈다가 2023년 58억 달러 순손실로 돌아섰다. 공급 과잉기에 대형 고객사들이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했고, 그 결과 메모리 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멈췄다. 지금의 공급 부족은 그 투자 공백이 만든 결과다.
과거 빅테크들이 물량을 대량 주문해놓고 위약금만 내고 취소한 전례도 있다. 그 피해로 여러 업체가 도산했고,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
현재 메모리 3사가 주문사에 실수요 물량과 최종 고객을 공개하도록 심사를 강화한 것도 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올해는 경쟁사 공급망 차단용 사재기까지
더 불편한 사실도 있다. 올해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0% 가격 인상을 제시했을 때 협상 없이 즉각 수락하며 모바일 D램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TradingKey 분석에 따르면 이건 단순한 공급 확보가 아니라 경쟁사의 공급 채널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였다.
피해자가 맞긴 하다. 그런데 그 상황을 만드는 데에 가장 크게 기여한 플레이어 중 하나도 애플이다.
이건 소비자 기만이다, 애플 유저로서 하는 말

마진 여유가 없었던 게 아니다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애플 주요 PC 제품의 부품 원가는 판매가의 약 40% 수준이다. 나머지 60%가 마진 구조라는 뜻이다.
애플은 이 여유를 바탕으로 상반기 내내 가격을 동결했다. 그 전략이 먹혔고, 다른 PC 제조사들이 1분기부터 가격을 올리는 동안 애플만 버텼다.
그런데 한 번에 최대 25%를 올렸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도 인상 폭이 예상보다 훨씬 공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인상이 향후 4개 분기 매출 성장률에 약 3%p를 더하고, 현재 49% 수준인 매출총이익률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마진 방어가 아니라 마진 확대에 가깝다는 얘기다.
99만원 맥북 팔고 3개월 만에 119만원
맥북 네오는 3월에 99만원으로 나왔다. “100만원 이하 맥북”이라는 상징성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그 가격에 사람들이 샀고,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그런데 출시 3개월 만에 119만원이 됐다.
메모리 가격이 올랐다면 처음부터 그 가격에 냈어야 한다. 아니면 조금씩 올렸어야 한다. 99만원으로 시장에 안착시켜놓고 갑자기 20만원을 올리는 건 메모리 탓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M6 맥북 프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M5 현행 가격이 329만원이 됐다. M6가 나올 때 얼마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이폰, 에어팟, 애플워치까지 모두 교체 시점이 됐는데, 이번 인상 이후 처음으로 삼성으로 갈아타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요즘 윈도우와 맥의 차이도 예전만큼 크지 않다.
애플 구매 시기, 지금 사야 하나 제품별 판단

맥과 아이패드는 이미 올랐다
맥과 아이패드는 이미 오른 가격이 기준이 됐다. 메모리 대란이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서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하다면 더 오르기 전에 사는 게 낫다. 다만 이미 인상된 뒤라 할인 행사나 교육 할인, 카드 혜택까지 함께 보고 판단하는 편이 좋다.
지금 사는 게 유리한 제품은?
아이폰18 프로는 9월 출시가 예상된다. WSJ는 시작 가격이 현행 아이폰17 프로(1,099달러)보다 최소 200달러 이상 오를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은 50~100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완만한 인상을 예상했다.
어느 쪽이 맞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에어팟과 애플워치도 다음 인상 대상으로 거론된다. 교체 계획이 있다면 9월 전, 현행 가격일 때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오래된 애플 유저로서 드는 생각
애플 생태계를 오래 써왔다. 맥북, 아이폰, 에어팟, 애플워치를 함께 쓰면서 기기 사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이 좋았고, 그게 애플을 계속 선택한 이유였다.
그래서 이번 애플 가격 인상이 더 불편하다. 메모리 대란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대란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를 만든 당사자가 애플이고, 마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구조에서도 한 번에 최대 25%를 올렸다.
분석가들은 이게 마진 방어가 아니라 마진 확대라고 본다. 피해자인 척하면서 결국 비용을 소비자에게 넘긴 셈이다. 맥북 M6를 기다리면서 삼성 갤럭시를 검색하게 될 줄은 몰랐다.
FAQs
지금 맥북 사면 M6 나올 때 또 가격 오르나요?
메모리 대란이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서 M6 출시 시점에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어요. 지금 당장 필요하다면 기다리는 게 꼭 유리하지는 않을 수 있어요.
아이폰, 에어팟, 애플워치는 지금 사는 게 맞나요?
9월 전에 구매하는 게 유리하다고 봐요. 아이폰18 출시 전후로 현행 모델 가격이 내려가거나 단종될 수 있고, 신제품은 인상된 가격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도 메모리 대란 영향을 피할 수 있나요?
피하기 어려워요. 삼성 갤럭시 폴드, 플립8도 인상이 예고됐고, 윈도우 PC 업체들도 이미 1분기부터 올렸어요. 업체를 바꿔도 메모리 대란의 영향권 안에 있어요.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를 쓴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아직 사용 단계는 아니에요. 창신메모리(CXMT) 구매 승인을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하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FT 보도가 나왔는데, 실제 채택까지 가기엔 미 의회 반발이 강하고 2022년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 철회한 전례가 있어요. 게다가 CXMT도 메모리 대란 수혜를 받아 가격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딱히 싼 대안도 아니에요. 업계에서는 삼성, SK하이닉스를 압박하는 협상 카드로 보는 시각이 많아요.



